눅눅하게 젖은 공기가 목끝까지 차오른 어떤 감정을 꾹 막아두어서, 단어 사이사이에 늘러붙은 마음이 잘 느껴지는 책.
어휘가 다정함에도 어딘가 수몰된 것처럼 숨 막히는 느낌이 유독 좋았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가장 앞 부분 시의 좋았던 부분을 적어보자면
여름.com
그림자가 커지는 어느 여름밤, 하얀 교복 셔츠 위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스며들고 있었다 너는 얼룩지는 교복을 보며 웃기 시작한다 네 웃음은 열대야보다 더 습하고 우리의 여름은 열사병에 다 이르렀다여름이 저물기 시작하는 팔월의 새벽, 가로등의 빛과 달의 경계가 무르기 적진이 될 때
나는 같은 꿈을 꾸게 해 달라며 소원을 빌었고
여름으로부터 떠나지 말라는 메일을 써 내려간다
역시 이 부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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