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에서 나오는 클리셰를 코미디식으로 잘 풀어간 영화다. 그런데 이제, 그 코미디가 약간의⋯ 2D 오타쿠 도식을 곁들였지. 응. 사실 망영화인 줄 알고 망영화 미식회하면서 튼 건데 생각보다 코미디 수작이었다. 보는 내내 웃었지 뭐야.
별점은 세 개 하고도 반 개 더. 여러 공포 영화의 장면들을 오마주하기도 하고, 그걸 영화 덕후, 감독 지망생인 주인공 '지연'의 대사로 알려주기도 한다. 수능 만점을 위해 귀신과 귀신 숨바꼭질을 하다 계속 반복되는 계단을 끝없이 내려가는 장면이나, 복도에서 마주한 귀신이 긴 거리를 좁힐 만한 건 점프 스케어 밖에 없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며 타이밍 맞춰 피하는 장면이 진짜 웃기고 골 때려서 재밌었다. 클리셰를 파악해 "얘들아, 신파는 안 돼."하고 저지하거나 개그로 파괴하는 솜씨도 좋았고, '일행 중 한 명이 귀신'인 이제와서는 흔한 클리셰도 그냥 학급 내 왕따 문제로 인한 오해로 파악되어 서로 얼싸안고 울고 지나간다.
그리고 역시 귀신을 막는데에는 무력. 오직 무력만이 유효한 것 같다. 상완이두근 발달 운동을 해야 냉장고에서 나오는 귀신을 무력으로 막아낼 수 있음은 물론이요, 사람 한 명 한 명이 유사 샤먼인 토속 신앙의 나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손엔 성모 마리아, 다른 한 손엔 붓다를 강림시켜 귀신을 줘팰 수 있는 것이다. 줘패는 게 효과적이라면 역시 무력이 특출나야 더 아파서 효과적이겠지?
그러니 우리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운동을 해서 귀신하고 숨바꼭질을 하며 동료들이 다 잡혀가도 나 혼자만 살아남아 귀신을 줘패면 귀신이 그 해 수능 정답을 알려주고 잡혀간 친구들도 되돌려주니 학생들은 조금 더 열심히 운동을 하시길 바라옵니다.
아무튼. 이런 터무니 없는 설정이 진짜 웃기고 그냥 생각 없이 납득이 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작중 설정을 지연이 '~한 설정 같아.' 라고 설명해주는 것도 웃겼고, 성모 마리아와 붓다가 히브리어와 힌두어로 응원도 해주는 장면이 스무스하게 넘어갈 정도로 그 둘에게 들어간 개그 요소도 좋았다. 이 장면을 위한 빌드업도 나름 클리셰적이면서 그걸 살짝 비튼 유머가 나와서 좋았고.
김민하 감독의 머릿속은 이런 유쾌한 상상들로 가득차 있는 걸까? 나에게도 그 유머를 조금 나눠줬으면 좋겠다. 우리 애 웃겨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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