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재밌고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평판 그대로 좋았다. 에블린이라는 미국 이주 중국인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각각의 다중 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 SF를 그려냈는데 그 전개가 재밌고 개그 요소가 군데군데 들어가 있어서 재밌었다.
그리고 그 탈을 벗겨내면 레즈비언 딸을 받아들인 척 하지만 실제로는 딸인 조이가 레즈비언인 걸 떳떳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이의 다른 우주 인격인 조부 투바키가 사실 인격이 조각난 채 조이의 안을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게 됐다는 걸 알았을 땐 조이에게 네가 겪고 있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며 모든 탓을 결국 다른 세계의 조이인 조부 투바키에게 돌려버리는 엄마가 있다. 그리고 매사에 낙천적이며 호전적이기보다는 부드럽게 회유하는 쪽에 가까운 웨이먼드를 자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한심한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아내가 있다.
삶을 '치열하게 싸워 이겨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에블린은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사람이었다. 극 후반부 웨이먼드는 에블린을 보며 당신이 투사인 걸 안다고, 하지만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에블린은 딸인 조이를 조부 투바키로부터 구하기 위해 모든 세계의 자신을 알고, 겪고, 다른 우주의 웨이먼드와 이야기하며 '다정하고 부드러운 그의 태도가 살아남기 위한 그의 전략이며 그의 삶에서는 그도 투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웨이먼드와 이 웨이먼드가 다른 웨이먼드가 아니며 그의 그런 다정함에 수차례 힘을 얻었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그제서야 삶의 다른 방식이 있는 것이며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생존해오고 있는 투사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조이를 구하기 위해 죽고자하는 조부 투바키를 저지하게 되는데 저지하는 방법이 이 극의 후반부까지 해왔던 폭력이 아닌 다정이었다. 조이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우주를 돌아보던 에블린은 결국 본인 스스로까지 긍정하게 되고, 아버지에게 늘 부족한 딸이 아닌 아버지의 인정이 없어도 괜찮은 자기 자신이 되어간다. 그리하여 자신은 너무 지치고 힘드니 이만 보내달라는 조이의 말에도 나는 네 엄마야! 하며 절벽 아래로 떨어진 '돌 조부 투바키'에게 망설임 없이 떨어지거나 돌아서는 '딸 조이'를 잡아 세우고 안아주며 나는 그럼에도 너와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단지 죽고 싶었으나 반대로 그만큼 자기를 살려달라고, 자신의 베이글 블랙홀만큼이나 거대한 아픔을 알아달라는 조이=조부 투바키에게 생의 의지를 불어넣게 되고 행복한 가족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이 모든 방식이 다중 우주를 넘나드는 SF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에블린의 내면적 성장을 통해 바라보는 가족의 재화합 과정, 그리고 이상적인 가족 관계의 이해에 관해 다루고 있는 휴먼 드라마 형식의 영화라고 생각됐다.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다른 우주로 '점프'할 때 필요했던 우습고 실없지만 꼭 필요한 그런 행동이 필요하다는 메세지도 개그 기믹으로 잘 녹여낸 영화라 다시봐도 재밌을 것 같다. 극장에서 봤더라도 재밌었겠지만, 우리 애랑 봐서 2배로! 아니야, 20배로! 재밌었던 영화였다.
그리고 나도 쿵푸 배우고 싶다. 강한 여성 너무 멋져. 쿵푸는 새끼 손가락으로도 될 수 있다.
영원's pick

에블린 가족의 삶에서 에블린이 어떤 포지션이었는지 보여주는 짧고 강렬한 한 컷.

돌부키와 돌블린.

나 에블린이 이마에 눈 하나 더 붙여서 새로운 눈을 뜬, 제3의 눈을 개안한, 어떤 존재가 되었음을 표현하는 이 방식이 너무 좋았어.

그도 그 나름의 고충이 있고 그들은 그들 나름의 공감대가 있다. 삶이란 알 수 없는 것.

쿵푸를 잘 하는 공주.

인생에 관한 고찰을 뒷골목에서 하는 웨이몬드와 에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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