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결혼을 해도 좋아하기를 멈추지 않는 이야기.
따지자면 불륜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걸 결혼 전에⋯ 전에 했어야지.
아니이, 해준 씨 당신 연애 결혼이었다며어. 진짜 너무한 사람인데 서래라는 사람의 특수성⋯. 그러니까, "당신 같은 남자는 나랑 결혼해주지 않으니까요." 같은 말을 할 정도로 남편 복이 없는 외국에서 온 여성의 입지를 위해 해준을 결혼한 사람으로 설정해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저런 남자들하고만 결혼하냐'는 해준과 '어떤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결혼을 했다'는 서래는 진짜 비슷하지만 확연히 다른 환경을 겪어온 사람이라는 게 너무 잘 느껴졌어.
스토리적으로도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예를 들면 둘이 합이 척척 잘 맞는 취조실 식사 장면의 변화부터 서로 워치의 녹음기능을 이용해 서로의 속내를 듣는 것까지. 진짜 많은데⋯! 이걸 되도록 스포 없이 적어두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는 중.
그래서 이제 스토리가 아닌 연출적인 이야기만 해보자면⋯. 서래와 해준이 교차되어 보여지는 지점에서 서로가 읽는 표정의 차이라던가(취조실의 매직미러로 보이는 서래의 얼굴과 해준이 보는 서래의 얼굴이 다른 인상과 온도를 품는 것처럼.) 같은 화면에서도 각자의 마음에 따라 빛이 다르게 표현되는 게 정말 섬세하고 좋았어. 박찬욱 이 미친 변태같으니라고. (좋은 뜻.)
예를 들어 유명한 붕괴 씬. 거기서 붕괴를 말하는 해준의 얼굴은 죽어버린 파란색으로, 그 사랑 고백을 듣는 서래의 얼굴은 따뜻한 노란색으로 빛이 표현되는데 이게 정말 둘의 심경을 너무 잘 표현한 씬이라 보면서 캬아아아아, 했다. 하⋯. 박찬욱 진짜 과하다. 과타쿠다.
결말조차 서래는 너무나도 용기있는 사람이라, 그리고 해준만큼 이기적인 사람이라 해준의 기억 속 영원한 미결사건으로 남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잖아. 그 와중에도 해준을 붕괴 이전으로 돌리고 싶어 버리라고 했던 증거품을 잘 보관까지 해서 전해주고. 하지만 발 밑에 묻힌 서래를 알아차리지 못한 해준은 또다른 붕괴를 겪으며 그렇게 파도에 깎여가는 바위처럼 묵묵히 살아갈 거라는 점이 참⋯ 좋아. 네. 좋아요. 저 이런 취향이에요. 왜요?
아무튼 여러모로 만족스럽고, 노동요 필요할 때마다 틀어두면 작업은 내버려두고 집중하게 되는 영화 TOP 5 안에 들어간다고 봅니다.
정서경 작가님과 평생을 백년해로 하세요. 제발요. 당신의 남자력을 가려주며 당신의 미적 감각에 맞는 사람은 정서경 작가님 뿐이야.
26/02.13 최근에 나온 박찬욱 없는 정서경 작품과 정서경 없는 박찬욱 작품을 봤을 때, 둘은 그냥 평생 백년해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분. 떨어지지 마세요. 당신들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소.
영원's Pick
인상적이었던 사랑을 보여준 그 장면.
나 너 때문에 고생깨나 했지만 사실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 요렇게 좀 전해 주세요.

마찬가지로 사랑의 어떤 면을 보여주어 인상적이었던 장면.
피를 무서워한다는 남자가 무서워하지 않게 핏물만을 깨끗이 닦아내는 여자.

눈이 슬픈 여자와 감정을 숨기기에 급급한 남자.

날 떠난 다음 당신은 내내 편하게 잠을 한숨도 못 잤죠? 억지로 눈을 감아도 자꾸만 내가 보였죠? 당신은 그렇지 않았습니까? 그날 밤 시장에서 우연히 나와 만났을 때, 당신은 문득 다시 사는 것 같았죠? 마침내.
여러모로 의뭉스러웠으나 사랑에게 만큼은 솔직한 여자가 선택한 마지막.

더 깊은 바다에 버려요.

난 해준 씨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 벽에 내 사진 붙여 놓고, 잠도 못 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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