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슬프게 해석했기 때문에, 그리고 후반부의 톤이 전체적으로 암울하게 흘렀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지금와서 앞의 장면을 다시 본다고 해도 그때 느꼈던 유머코드에 웃지 못하고 오열하는 여성이 될 거라는 걸 100% 확신한다.
내 생각에 로이는 죽었다. 결국 죽고야 말았다.
그래서 알렉산드리아랑 펜팔도 하지 못했고 그저 알렉산드리아의 엄마가 그는 스턴트 배우이며 회복 후 다시 스턴트 배우 일을 한다고 설명한 것을 알렉산드리아가 믿어버린 결말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의 순진무구함이 얼마나 위안이 되고 얼마나 애통하게 느껴지던지.
로이가 왜 죽었냐고 생각했냐면, 마지막 결말부쯤에서 다 같이 영화를 보여서 보는데 로이가 '두 다리를 잃을만큼 대단하고 격렬했던' 스턴트 씬은 잠시도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 장면을 보는 로이의 표정이 마치 허탈과 허무처럼 느껴졌고 그게 꼭, 뭐랄까. 자기가 죽을 결심을 하게 만들만큼 자기 인생을 망친 그 장면이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하고자하는 긴장과 기대가 섞인 얼굴에서 무언가를 스르르 놓쳐버린 표정으로 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허망하고 비탄스러운.
게다가 그 장면에서 뒤에 그 엄살부리던 환자가 "내가 뭘 놓쳤나? 고작 이 장면이야? 그렇게 대단한 스턴트 장면 하나도 안 나오지 않았냐."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 그걸 조용한 무성영화 관람 속에서, 강조하듯이 들려주는데 그게 꼭 로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만큼 로이의 상처받은 마음을 들수시는 것 같기도 해서 아, 이건 안 된다. 이건 안되겠다. 하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스턴트 장면이 사라진 영화를 봄에도 마냥 즐거워하는 알렉산드리아를 보며 로이가 살짝 웃는 장면. 이것도 나는 '이 아이는 아직 너무 어린 아이라, 이야기 속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즐거워한다. 속임수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저 그대로 받아들인다.' 라고 생각한 로이가 안심하는 장면으로 보였다.
왜 안심하냐면 스턴트가 자기라고 생각하기만 하면, 자기가 살아있다는 가정을 이 아이가 믿기만 하면. 자기가 죽었다고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병실에 누워있을 때처럼 충격받고 울거나 하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엔딩에서 흑백 영화들이 지나가고, 로이가 그 영화들의 스턴트 장면을 연기했다고 믿는 알렉산드리아가 'mwah mwah! mwah! thank you thank you thank you very much!'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나레이션한 점도⋯ 되게 생의 마지막에, 혹은 사후에 나의 인생을 봐주어서 고맙습니다! 하고 관객한테 (실제 관람자인 우리 말고, 작중 세계관 속의 관객.) 인사하는 느낌이 들어서 죽었겠거니 했다. 그래서 마음이 너무 힘든 영화라고 한 거고.
그런 상황을 바라보는 어린 아이의 순진무구한 시각과 심신 전부 저 밑바닥으로 추락한 로이가 겪는 잠시간의 회복, 그 후의 재추락을 짐작해볼 수 있는 복선, 그 전체를 아름답게 포장하는 미장센의 시각적 미가 다 버무려져서 종합적으로 '호'였던 영화라고 느꼈다.
+)
차후 타셈 감독이 GV에서 해피엔딩일 수도, 새드엔딩일 수도 있다고. 그냥 보는 사람 생각에 따른 거라는 인터뷰 했다는 글 보고 하늘만 보는 사람 됐다. 감독님 이게 뭔가요⋯. 차라리 그냥 명확하게 해피라고 해주시지! 내가 엔딩 나레이션 때 더 울었던 게 로이 곁엔 아무도 없잖아. 알렉산드리아마저 퇴원해버리고. 이야기 속 로이의 진짜 딸이 아니라는 말에도 그녀는 그를 사랑하는 걸요. 하고 말하던 작은 온기조차 없이 병원에서 혼자, 다리가 사라진 삶을 견뎌라. 라는 거 이거 진짜 너무한 거야. 나레이션 들어보니 편지를 주고 받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게 맞나. 이게⋯ 이게 맞나. 진짜 이게 맞나요. 제발 나에게 희망의 시그널을 줘⋯⋯.
그래도 진짜 좋은 영화였고 소리도 튀지 않고 좋아서 OTT로 나오면 노동요로 자주 틀어두고 작업하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응. 근데 별점은 4.5점. 왜냐하면 영화관에서 너무 울어서 빼먹은 심력을 몰입도 좋은 영화 탓을 하며 (ㅋㅋㅋㅋㅋ) 반개를 똑 떼었다. 4.5점이지만 4개까지 밖에 표기가 안 되어서 따로 적어두기. 영화를 다 본 직후의 최애 장면은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해요." 장면인데 영화에 관한 비하인드도 다 찾아본 이후의 최애 장면은 "내 영혼을 구원해주게?" "음?" "내 영혼을 구원해주려고 그러냐고." 이 장면이 됐다. 어쩔 수가 없어. 이게, 진짜, 하. 아무튼. 다들 꼭 한 번씩은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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